가을 사랑
/ 도종환
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
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
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
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
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
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
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
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
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
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
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
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
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
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
물무궁화 주변을 맴도는 빨간고추 잠자리를 보니
가을이 저만큼 성큼 다가온듯 하네요
이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네요
이웃님들 멋진 작품 많이 담으시고 건강 조심하세요~^^
대청호 연꽃마을에서~